[의학칼럼] 작은 습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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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병원 장광식 원장
[동양뉴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한파가 서서히 누그러지면서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두텁게 쌓아진 관계의 벽이 녹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2020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경제적 손실을 가장 많이 입은 소상공인들과 의료현장에서 사투하는 의료진, 맘껏 뛰어놀지 못하는 어린아이들과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고령의 어르신들, 그밖에 일상을 잃어버린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타까운 한해였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나로서는 제일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이 아무래도 내가 돌보는 환자들의 안위 문제이다.
재활치료 중인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경한 상태부터 식물인간 상태의 중한 상태까지 손상 범위에 따라 장애 정도의 격차가 심하다.
모두 예기치 않은 질병과 사고로 인해 재활의 기나긴 여정에 들어선 환자들은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제일 큰 치료의 목표이다.
이 여정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가족의 지지와 사회적 관심인데, 특히 가족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환자나 가족 모두 처음 겪게 되는 재활 여정이기에 두려움과 불안감은 늘 치료의 적이 되어 환자분들을 움츠리게 한다.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로 인해 면회 제한과 외출 금지 등의 규제가 따르다보면 보고 싶은 가족도 만나지 못하게 되고, 가까운 지인들과 소통도 하지 못하게 되니, 우리 환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장애가 생긴 것이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으로 안타깝지만, 조금 더 힘을 내 버텨보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상황에 의사로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의 등을 토닥이며 힘내라고 말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언제쯤 고통이 사라지고 손상된 몸이 회복될까요?”라고 묻는 환자와 보호자분들께 나는 명확한 답변을 줄 수가 없다. 재활은 한 달, 두 달 아니, 일⦁이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꾸준한 재활치료가 쌓이고 쌓여 조금의 변화가 일어나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쉬면 몸은 굳어져 후퇴하거나 회복이 중지되는 것이다. 그러니 재활치료는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복이 쌓인 병원 주차장 눈을 쓸면서 간혹 쌓인 눈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발견하곤 한다. 거센 바람과 눈보라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소리 없이 내려 쌓인 눈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반복해 쌓인 힘의 원리를 배우게 된다.
즉, 단번에 이루려는 성급한 행동보다 매일의 습관적 행동이 제일 무서운 것이라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하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법칙을 꾸준한 노력이 내 몸의 습관이 되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매일 매일의 좋은 습관 하나는 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의사로서 가장 보람되고 가슴 벅찬 순간을 만날 때가 많다. 외과의로서 내가 수술한 환자가 완치되어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때가 물론 의미 있고, 죽음 직전의 환자를 소생시키는 순간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드라마틱한 순간을 맞이하지 않더라도 재활 환자의 작은 변화로, 움직일 수 없던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였다던지, 말을 못하던 환자가 더듬더듬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 한 것에 크게 감격하며 기뻐한다.
중환자실 환자 중에는 기본적인 생명활동에 필요한 기능은 있느나 전혀 소통할 수 없는 뇌손상 환자분들이 계신다. 난 회진 시 이분들에게도 어김없이 인사를 하고 반응의 시간을 준다. 때론 전혀 반응이 없던 환자분이 고개를 끄덕여 반응해주고 악수한 손에 힘을 줌으로 내게 감동을 준다. 물론 이분들에게도 지속적 재활치료는 매일 필요하다.
병원 침대가 그분들의 생활공간 전부라고 생각하면 신체 건강한 우리는 불평할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도 나는 범사에 감사하는 맘으로 매일 매일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코로나 종식으로 모두가 편안히 만날 그날을 희망해본다.
출처 : 동양뉴스(http://www.dynews1.com)